바보 노무현 대통령.. 바보다운 최후..

오늘 오전에 꿈속을 헤매다 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아직 꿈이 덜 깬 줄 알았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니..

순간 정신을 차리고 TV 뉴스를 찬찬히 들어보니 등산길에 스스로 투신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켜둔 컴퓨터에는 등산 가기 전에 작성한 짧막한 유언이 남겨져있었다고 합니다.


저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름이 인식되기 시작한 건 5공 청문회도 아니고 사실 고3이었던 95년에 부산 시장 선거에 나왔을 때입니다.

고향이 부산인지라 부모님은 전통적인 여당표였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왜 전라도가 아닌 경상도 그것도 가장 친여권 성향인 부산에 나왔는지 (솔직히) 욕하시는 모습을 모습을 보고 어린 저도 흥미가 생기기 시작한 거였죠.

그렇지만 대학교에 올라가면서 이내 그 관심은 묻혀져갔고, 2002년 대선 때 다시 제 관심사로 떠오르게 되었죠.
그동안 그의 바보같은 정치 인생, 민주투사로서의 삶이 나름 순수한 혈기의 젊은 청년이었던 저에게는 큰 호감이 되었습니다.
당시 친한 고향 친구와 이번 투표에서는 그에게 표를 던지자 약속하고 대선 전날 맥주를 마시고 있다가 갑자기 정몽준 후보의 지지 철회 선언을 보면서 너무나 큰 분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원래 부모님들은 말이 안통하시는 분들이다 생각했었고 정치와 관련해서는 서로 얘기해본 적도 없었는데 그 날은 친구와 눈물을 흘리면서 각자 부모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엄마, 이 번에 꼭 노무현 찍으세요! 왜 항상 못살고 힘없는 서민이면서 표는 부자들, 있는 사람들만 위하는 한나라당 찍으시는 겁니까? 이번에 꼭 노무현 찍어주세요. 그래야 우리같이 없이 사는 사람들도 잘 사는 시대가 옵니다."

그렇게 절박한 심정으로 어머니, 아버지에게 호소하고 또 호소했었습니다.

부모님이 정말 그에게 표를 던졌는지 모르겠지만, 저와 친구는 각자 투표를 했고, 결국 2002년 대선에서 그는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습니다.
마침 제가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던 동네가 그의 집 근처였는데... 그 날은 그 동네에 언론사며, 경찰들이며, 지지자들이며 북새통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대통령 재임기간은 그리 순탄하지 못했습니다. 저 또한 그의 언행과 정책들 중에서 못마땅한 것들을 보면서 점점 비호감을 느끼게 되었죠. 그래서 더욱 정치쪽으로는 무관심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검찰의 노 전 대통령의 수사를 보면서도 사실 별 감흥은 없었습니다. 원칙을 중요시하던 그가 결국 한번 더 실망을 주는구나 하는 안타까움 뿐이었죠.

지난 달 22일 사람사는 세상에 올린 그의 마지막 글이 나와 같은 실망을 느꼈던 지지자들에게 던진 마지막 메세지였나 봅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명예도, 도덕도, 신뢰도 바닥이 났다. 더 이상 노무현은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 없다. 나는 이미 민주주의, 진보, 정의, 이런 말을 할 자격을 잃어버렸다. 나는 이미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져 있다. 여러분은 이 수렁에 함께 빠져서는 안 된다. 여러분은 저를 버려야 한다.

스스로의 원칙에 충실하고자 하던 그는 이런 심정으로 결국 마지막 시련을 그의 방식대로 해결하고자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스스로를 버리고 만 노무현 전 대통령...

그의 방식은 언제나처럼 파격적이고 바보스럽지만, 이번에는 그 여운이 너무 오래갈 것 같습니다.
옳고 그를냐를 떠나서 어떻게서든 스스로의 원칙에 충실하고자 했던 그 의지만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 마지막 남기신 유서 중에서-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Write your message and subm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