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음과 수표, 그리고 부도


올해부터 은행과 당좌거래를 위해서는 기업신용평가를 받게끔 제도가 변경되었습니다. 어음제도 개선을 위한 조치인데, 앞으로는 기업의 신용도에 따라 어음 발행의 규제가 따르는 것이죠.
이와 관련해서 조금 오래되긴 했지만 어음과 수표, 부도에 대한 쉬운 글이 있어서 소개합니다.


얼마전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었습니다. 그런데 협상이 타결되기까지 1년이 넘게 걸릴만큼 협상과정에서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습니다. 특히 미국이 쌀시장개방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무산될 뻔 한 위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거꾸로 미국에 조선시장개방을 요구하자 기세등등하던 미국이 백기를 들었다고 하네요. 세계 1위 수준으로 평가받는 우리 조선사업의 경쟁력에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우리 조선산업의 경쟁력이 대단하다는 얘기겠죠.

이렇게 우리 조선산업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도록 만든 주인공은 바로 ‘고(故)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입니다. 그는 1973년 현대조선을 세워 우리 조선산업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특히 현대조선을 처음 만들때는 자금난으로 인해 회사가 ‘부도(不渡)’직전까지 간 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정주영회장은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결국 현대조선을 오늘날 세계1위의 조선업체로 키워내는 뚝심을 발휘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부도’가 무얼까요? 신문이나 TV를 보면 종종 “어느 기업이 부도를 냈다.”는 뉴스가 많이 나오지요. 오늘은 이 부도에 대해 알아볼게요.


어음, 신용을 바탕으로 지급수단

부도는 ‘어음’이나 ‘당좌수표’를 제때 갚지(현금으로바꾸어주지)못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때 갚지 못한 어음을 ‘부도어음’, 갚지못한 수표는 ‘부도수표’라고 합니다. 그래서 부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음과 당좌수표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어음은 돈을 내줘야 하는 쪽(채무자)이 언제 얼마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는 내용을 적어 돈을 받을 쪽(채권자)에게 건네주는 일종의 ‘차용증서(빚문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채무자가 어음을 발행하는 사람, 즉 ‘어음발행인’이고 채권자는 어음을 받는 ‘어음수취인’이됩니다. 어음은 외상거래에서 현금 대신 사용하는 지급수단입니다. 물건을 살 때 돈을 지불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경우에 따라서 외상거래, 즉 물건을 먼저 받고 돈은 나중에 지불할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때 돈 대신에 먼저 건네주고 나중에 약속한 돈을 갚는 것이 바로 어음입니다. 그런 면에서 어음은 거래 당사자들 간에 ‘신용’을 바탕으로 주고 받는 지급수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약속어음환어음

어음은 기업의 입장에서는 ‘담보’나 ‘보증’없이 돈을 갚겠다는 ‘약속(신용)’만으로 물건을 살 수 있어 아주 편리합니다. 하지만 어음을 받는 입장에서는 나중에 돈을 갚겠다는 약속, 즉 ‘신용’만 맏고 물건을 내주는 불안한 거래입니다. 기업이 망하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어음은 그저 종이쪼가리에 불과하니까요. 이래서는 아무래도 어음을 받고 물건을 내주는 것을 꺼리게 되겠죠.

그래서 기업은 믿을만 한 제3자나 은행을 내세워 어음에 적힌 금액(어음금액)의 지급을 보증합니다. 어음을 틀림없이 현금으로 바꾸어 주겠다고 약속을 하는 것이죠. 이 때 기업의거래은행이 현금지급을 약속하는 어음을 ‘약속어음’이라고합니다. 또 어음금액의 지급을 은행이 아닌 제3의지급인이 책임지는 경우는 ‘환어음’이라고 합니다.



당좌수표와 어음의 차이

당좌수표는 어음과 거의 똑같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하지만 어음과 비교하면 ‘유동성’이 훨씬 뛰어납니다. 유동성이란 ‘현금에 가까운정도’, 즉 현금으로 얼마나 쉽게 바꿀 수 있는가를 말합니다. 어음은 ‘만기일’이 있어서 그날이 되기 전에는 은행에서 현금으로 바꿔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당좌수표는 만기가 따로 없기 때문에 언제든지 은행에 가서 현금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당좌수표와 어음의 가장 큰 차이는 ‘현금으로 바뀌기까지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어음이나 당좌수표를 사용하려면 우선 은행의 당좌예금에 들어야(가입해야)합니다. ‘당좌수표’라는 이름도 당좌예금에 들어야만 발행할 수 있는 수표라는 뜻에서 붙인 것입니다. 당좌예금은 사업자등록증이 있는 개인사업자나 법인이 가입대상입니다. 당좌예금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거래보증금을 은행에 예치하고 은행이 기업의 신용을 조사해 계좌개설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거래보증금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은행은 기업의 신용도를 꼼꼼히 따져서 믿을 수 있는기업으로 판단되면 그때서야 어음과 수표용지를 나눠줍니다. 이렇게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한 것은 어음이나 수표가 함부로 쓰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게되고 상거래질서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한 기업이 부도를 내면 그 기업과 어음을 주고 받으며 거래하던 기업들이 연달아 부도를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거래처의 부도로 인해 덩달아 부도가 났다고 해서 이를 ‘연쇄부도’라고도 하지요.


당좌예금, 기업의 지갑을 은행에 맡기는 것
 

그런데 당좌예금에는 이자가 거의 붙지 않습니다. 이는 ‘보통예금’에 이자가 거의 붙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당좌예금은 보통예금과 마찬가지로 필요하면 아무 때나 찾아쓸 수 있는 ‘요구불예금’입니다. 따라서 은행 입장에서는 고객이 언제 그돈을 찾아갈 지 알 수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지금은 은행의 수중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 돈을 다른사람에게 빌려주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은행은 당좌예금에는 거의 이자를 붙여주지 않습니다. 당좌예금에 가입한 기업 역시 바로 써야할 돈을 넣어둔 것이기 때문에 이자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돈을 불리기보다는 보관해 달라는 의미로 은행에 맡긴 돈이니까요. 한마디로 당좌예금은 기업이 은행에 ‘지갑’을 맡겨둔 것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그런데 기업의 입장에서 당좌예금은 비록 이자는 붙지 않지만 잔액(통장에남아있는돈)을 초과해서 돈을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즉 자기 당좌예금계좌에 잔액이 없더라도 일정한도까지는 어음이나 수표를 발행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말하자면 은행이 기업에게 대출을 해주는 셈입니다. 그래서 이를 ‘당좌대출’이라고합니다. 이 경우 은행은 기업이 발행한 어음과 수표의 현금지급을 책임집니다. 물론 당좌대출을 통해 어음·수표를 발행한 기업은 그대가로 당좌대출금리에 따른 이자를 은행에 내야 합니다.


어음교환절차

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부도에 대해 알아볼까요. 기업은 필요한 물건을 산 뒤 현금대신 어음이나 수표를 주지요. 그럼 이 어음을 받은사람(어음소지인)은 기업이 돈을 갚겠다고 어음에 표시한 날짜(만기)가 됐을 때 자기가 거래하는 은행(제시은행)에 찾아가서 어음에 적힌 금액(어음금액)을 현금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합니다. 그러면 제시은행은 처음 어음을 발행한 기업(발행인)의 거래은행(지급은행)에 어음을 보이고 어음금액을 지급하라는 요청을 합니다. 이를 ‘지급제시’라고 하는데 보통 만기일 하루전날 이루어집니다.

이렇게 지급제시가 이루어지면 어음을 현금으로 바꾸는 절차, 즉 ‘어음교환절차’가 시작됩니다. 지급은행은 우선 해당기업의 당좌예금계좌에 어음을 결제할 만큼 현금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어음금액을 내줄 수 있을만큼 예금잔고가 충분하면 지급은행은 어음발행기업의 당좌예금계좌에서 돈을 빼서 제시은행에 줍니다. 제시은행이 이 돈을 어음소지인의 예금계좌에 넣어줌으로써 ‘어음교환절차’는 종료됩니다. 이것이 정상적으로 어음거래가 이루어지는 과정입니다.

 

부도는 어음을 막지 못하는 것

부도는 이 과정에 문제가 생겨 어음을 현금으로 바꾸어 주지 못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어음교환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어음을 발행한 기업이 어음만기일에 맞춰 자기 당좌계좌에 어음금액을 채워 넣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계좌에 돈이 없으면 어음소지인이 어음을 제시하고도 현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물론 지급은행은 어음발행기업에 어음대금을 입금하라고 독촉합니다. 입금요청을 받은 기업은 당일 은행영업이 끝나는 시간까지 해당어음을 결제할 금액을 당좌예금계좌에 입금해야 합니다.

이때 돈을 마련하지 못해 제 때 입금을 못하는 경우를 흔히 “어음을막지못한다.”라고 표현합니다. 만약 은행영업시간이 끝날 때까지 어음을 막지 못하면 지급은행은 일단 이 기업을 부도처리합니다. 이를 ‘1차부도’라고합니다. 1차부도를 낸 기업이 다음 날 은행이 문 닫을 때(오후4시30분)까지 돈을 넣지 못하면 이 기업은 ‘최종부도’ 처리됩니다. 이렇게 최종부도가 난 기업은 2년간 당좌거래가 정지되어 어음이나 수표를 발행할 수 없고 금융기관 대출도 받을 수 없습니다.

물론 1차부도를 내도 다음 날까지 돈을 입금하면 최종부도처리는 피할 수 있습니다. 금융결제원은 1년에 3회까지는 1차부도를 내더라도 최종부도처리는 하지 않습니다. 일시적인 자금부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위한 조치입니다. 하지만 1년에 1차부도가 4번째 발생하면 다음 날까지 기다리지 않고 곧 바로 최종부도 처리됩니다.


어음발행은 신중해야…

현대사회에서 어음과 수표는 현금을 대신하는 중요한 지급 수단입니다. 아직 본격적인 경제활동을 시작하지 않은 여러분에게는 멀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어음과 수표는 현대인의 경제생활에서 아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어음과 수표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할 만큼 중요합니다. 어음과 수표는 잘만 활용하면 아주 편리하고 유용한 수단이지만 잘 못 쓰면 엄청난 문제를 불러오는 ‘흉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어음과 수표는 잘나가는 한기업을 순식간에 추락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자금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함부로 어음이나 수표를 발행하다보면 갑작스럽게 부도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실제 아무리 흑자를 내고 장사를 잘하는 기업도 일시적인 자금사정의 악화로 부도를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흑자부도’라고 합니다. 물론 부도가 난다고 해서 곧 기업이 문을 닫는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일단 부도가 나면 신용이 떨어지고 그만큼 필요한 자금을 구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꼭 최종부도가 아니라 1차부도라도 기업의 신뢰도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어음은 분명 ‘빚’입니다. 따라서 어떻게 빚을 갚을 것인지에 대해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나서 어음을 발행하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어음을 발행한 후에도 지불기일을 따로 정리하여 철저히 관리하는 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어음 받을 때 주의사항

또 어음을 받을 때도 신중해야 합니다. 어음과 수표를 악용하는 사례도 적지않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어음과 수표에 꼭 기재해야만 하는 사항을 일부러 빠뜨리고 발행한 후 어음소지인이 어음금액을 지급하라고 요구하면 필수기재사항이 빠졌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갚을 능력이 안되면서 고의적으로 어음이나 수표를 남발하여 어음과 수표의 소지인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어음이나 수표를 받는 입장에서는 억울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수표나 어음을 받을 때는 상대방의 신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가능하면 지급은행에 사고신고접수여부를 확인하는것이 안전합니다.

또 수표나 어음의 분실·도난 등에 대비하여 수표(어음)번호, 발행기관, 금액 등을 따로 적어 보관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특히 약속어음이나 당좌수표를 받을때는 만기일·지급자·지급장소 등 주요기재사항을 확인하고 잘못된 내용은 바로 고치도록 하는것이 좋습니다.

 

쉬어가는 코너

* 어음의 할인

어음을 받은 거래자가 지급기일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는 어음을 은행에 가져가 팔아치울 수 있습니다. 은행은 만기전 어음을 사들이고 현금을 내주는 대신 어음금액 가운데 일부를 제합니다. 만기전 어음을 사들인 은행은 해당어음의 만기일이 되면 정해진 어음 지급은행에 어음을 제시하고 어음발행자가 입금하는 돈을 받습니다. 이때 은행은 모든 어음을 할인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어음발행인의 신용상태가 좋지 않은 어음은 나중에 부도가 나면 돈을 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은행이 어음금액의 일부를 제하고 어음을 사들이는 이유는 돈의 시간가치와 관계가 있습니다. 어음에 적힌 금액은 당장 쓸 수 없는 돈입니다. 어음을 사들이는 은행은 어음을 지닌 사람에게 당장 필요한 돈을 건네주는 대신 지급기일까지 기다려야만 현금을 받아낼 수 있습니다. 은행으로서는 어음소지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셈입니다. 따라서 은행은 어디에선가 이자를 받아내야 합니다. 이 이자는 어음을 받을 때 어음금액에서 미리 깎아내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를 곧 ‘할인’이라고 합니다.

<출처: 대한상공회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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